[네이트판] 시어머니가 보내주신 썩은 복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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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8년차 친정은 멀고 시댁은 걸어서 10분거리
어머니는 살림 못해서 차라리 일이 낫다며
나이 60넘어서 아직 일하시고
저는 독박육아입니다
애낳고 시어머니가 조리해주신다고 걱정말라해놓고
조리원나와서 집에오니 정말 딱 애만 봐주시고
모유수유 못하니 산모는 완전 홀대하더라구요
그나마 모유수유하면 애기한테 영향있으니
잘챙겨먹으라 하시더니
삼시세끼 미역국 모두 제가 알아서 차려먹고
애낳은지 2주됐을때 집안일 시작해서
지금 몸이 멀쩡한곳이 없네요
그때부터 덕분에 독립심이 길러졌어요
출산 후 생존하기위해 스스로 딛고 일어섰네요
지금 나이가 30대 초반인데
스트레스에 영양부족으로 대상포진까지 와서 고생중인데
다 제탓이긴하죠 내몸을 내가 챙겼어야했는데…..
시어머니한테서 연락이 오더라구요
잘챙겨먹어야 낫는다고
근데 약먹는데 왜그렇게 안낫니??하시며
손녀는 안옮았냐며 꼭 조심시키랍니다
대상포진은 약 하루이틀 먹는다고 낫는병이 아니에요
찌르는듯한 고통이 계속되죠
아이에게 전염안되게 최대한 조심하면서 지냈구요…
며칠후 시어머니께서 웬일로 제가 좋아하는 복숭아를
보내주셨다고 과일이랑 잘 챙겨먹어야한다며
요즘 시기에 비싼 복숭아를 나를 위해..
감동의 눈물이 나오더라구요
난 사랑받는 며느리구나…..
한번도 어머니께 보살핌이나 챙김을 받은적이 없던 저라서..
근데…
택배가 오고
말을 잃었네요….신랑도 화가나서 어머니께 바로 전화했어요
도대체 어디서 복숭아 산거냐고
복숭아 반이상이 짓무르고 터지고 썩어서 왔다고
어머니가 친구랑 농장갔다가 떨이로 2만원에 20개짜리 보내주신
거라고… 어쨌든 싼가격에 산 복숭아를 상태도 안좋은걸
대상포진에 고통겪고있는 며느리 먹으라고…..
그러면서 호호호호 웃으시며 하는 말씀이
맛없으면 갈아서 주스를 해먹든 잼을 만들어 먹으랍니다
누워있는 며느리에게
일거리를 하나 더 주신 고마우신 어머니네요
어떤분은 준게 어디냐 그냥 고마운 마음만 받아라
하실테지만
복숭아 상태가 어머니가 날 생각하시는만큼
딱 이정도밖에 안되는구나 싶더라구요
한숨나와요
그냥 제가 나가서 좋은과일 몸에 좋은 영양제 사다
먹어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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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리가 꼬이기 시작했어요
농장에서 상품성 없는걸 싸게 파는걸 산거라고 한건데
아까 남편이 몰랐던 사실을 알아냈네요
사진 보여드리며 엄마는 뭐 이런걸 보내냐고 뭐라했더니
그래서 상태 안좋더라 얘기해서 그 농장에서 고구마를 꽤 많이 서비스로 받았다고 괜찮다 하셨다네요 하…하….
살짝 걷어내고 먹으라네요
굉장히 긍정적인건지 화도 안나시나봐요
저는 보기만해도 화나서 농장에 당장 환불요청할텐데..
서비스 고구마에 굉장히 행복해하시네요
다음에 고구마좀 가져가래요 나참…..
친정이 멀어서
아무도 챙겨줄곳 없어 보이니 내가 우스워 보이나…?
아파서 서러운데 이런 상태 복숭아 주시면서
복숭아쨈….?? 갈아서 시원하게 주스로 마셔라…?하…….
참 생각 많아지게 만든 선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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