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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식 심한 남편이랑 이혼합니다 (+후기)


편식 심한 남편이랑 이혼합니다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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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하수구 글 남편은 강압적이고 폭력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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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느껴졌는데
제 남편은 생활 습관 빼고는 저한테 헌신적이고 다정하게 굴고 가끔 애교도 부리고 조건이 충족되면 저 붙들고 안 놔주고
본인이 저에게 애착이 있다는 걸 자주 표현했어요
나름 살가운 스타일이어서 제가 더 둔해진 것 같아요
‘이 사람은 무뚝뚝하고 나쁜 남편들과는 달라’ 합리화 하면서요5. 왜 결혼했는지
왜 참고 살았냐, 어떻게 결혼했냐 하시는 분들도 많았는데
사랑하는 마음+도피성으로 결혼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사랑이 아니라 ‘이 사람은 나 없이 못 산다’는 감정에 취했던 것 같아요

남편 생활 습관은 정말 정말 정말 몰랐습니다..
저 정말 둔하지 않아요 어릴 때부터 책도 많이 읽었고 사회생활도 잘 했어요 장학금도 타고요
대학 다닐 때 과대부터 총학생회 직책까지 안 맡아본 적이 없어요
근데 지금은 이럴 때 연락 할 친구 하나 없고 남편 말고 다른 사람 만난지 한참 된 것 같아요
밖에 나가서 다른 사람들 보면 제가 너무 초라해서 주눅 들어요
쪽팔리고 한심해서 친구들이랑 연락도 못 하겠어요

사랑에 눈 멀어 모른척 한 게 아니고 눈치 못 챘어요
남편부터 시댁 식구들 전부 결혼식장 들어가는 날까지 편식 빼고는 모든 걸 작정하고 숨겼어요(남편도 인정함)

장거리라 일이주에 한 번 만났는데 하루 이틀 만나고
그마저도 남편이 이틀 이상은 안 만나려고 해서 둘이 여행도 제대로 가본 적 없어요(신혼여행 때에는 코로나 한창 심할 때)
아마 이틀 이상 참기에는 힘들었던 것 같아요

결혼 전에는 남편도 시댁에서 살고 저도 친정에서 사느라 남편 방도 프로포즈 받고 인사 드리러 갔을 때 처음 봤어요
깔끔해서 모델 하우스 같다는 생각만 하고 자세히 보지는 않았어요 이상한 구석도 없었어요

시부모님은 처음 뵌 날부터 지금까지 남편의 습관에 대해 일언반구 없으셨습니다
오히려 상견례 자리에서 이렇게 수더분하고 듬직한 애가 어딨냐고 하셨어요
결혼 후에는 저희 생활에 터치 안 한다며 교류 거의 없다시피 했어요 연락도 안 하고 명절도 안 지내요

3년 동안 데이트 할 때에도 촉감이 예민한 거 전혀 티 안 냈고
왁싱이나 그런 거 전혀 언급 없었고요..
식당은 항상 남편이 어릴 때부터 다닌 곳으로만 갔습니다

알러지가 있어서 본인이 다니던 식당으로만 다녀야 한다기에 당시에는 알러지랑 편식이 심한가보다 했는데 연애 중반에야 알러지는 거짓말이라는 걸 알았어요(이 때 도망쳤어야 했는데 멍청해서 죄송합니다)
이것 때문에 연애 하면서 제가 10번 중에 8번 정도 남편 동네에 방문했어요
결혼 후에도 그 동네에 살게 되어서 아직도 외식하면 똑같은 식당만 다닙니다
그마저도 첫번째 글에 썼듯이 메뉴가 한정되어 있어요

지켜야 하는 조항 서류도 처음에는 10개였는데 야금야금 늘리고 구체화 하다가 이전 글처럼 심한 지경까지 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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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숨겼는데 결혼 후에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했어요남편이 저보다 나이가 4살 많은데 어른스럽고 든든했어요
후술하겠지만 저희 집도 사정이 복잡해서 집에서 빨리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당시에 제가 일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남편이 본인과 결혼해서 전업주부 하라니까 일종의 도피처로 여겨졌어요
저도 가정사가 복잡하다보니 우울증 애정결핍이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바보 같아요

이혼 생각은 왜 안 했냐면 남편이 하나씩 차근차근 조항을 늘려나가니까 이 정도는 뭐~ 하고 넘겼어요
한 번에 확 늘리지 않고 차근차근 늘리니까 큰 일이 아닌 것 같더라고요
특히 밖에 안 나가고 사람 안 만나다보니까 남편이 하는 말이 다 맞는 말 같았어요
근데 네이트판 댓글 보고 정신이 확 차려졌어요
남편이 제가 알던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 같아요
낯설어요

서류도 처음에는 저한테 줬는데 나중에는 도로 가져가고 본인이 말로 지시했어요
제가 빠릿빠릿하고 금방 외워서 서류가 필요 없기도 했지만
아마 늘어난 수많은 조항을 제가 눈으로 확인하면 충격 받고 정신 차릴까봐 그랬거나 이혼 소송 증거가 될까봐 회수한 것 같아요(제 추측)

그리고 바보같게도 저한테는 의지할 사람이 남편밖에 없어요
도망치는 기분으로 남편과 결혼했는데 또 도망쳐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어서 애써 부정했어요
이 부분은 제가 멍청하고 모자랐습니다
지금은 정신 차렸어요

6. 제 사회생활
저 일을 아예 안 했던 건 아니고
자세히 쓸 수는 없지만 재택 근무가 가능한 업종인데 결혼 전에 업계 사람들과 틀어지고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그것 때문에 남편이 해당 업종에서 일 하는 걸 싫어했어요
그래서 결혼하고 잠시 일 안 하고 있었는데 이혼하고 몸 건강해지면 다시 복귀 해야죠

남편이 돈 얼마나 벌길래 같이 사냐는 말도 많았는데 결혼 하면서 제가 금전적으로 손해를 봤으면 봤지 이득 본 건 없어요
결혼 준비할 당시에 남편이 모아둔 돈이 많이 없었어요
그래서 신혼집은 저희 부모님이 가지고 계시던 아파트 중에 남편이 살던 동네 것이 있어서 결혼 선물 겸 저 주셨어요
혼수는 친정에 남는 게 좀 있어서 그거 몇 개 가져오고 나머지만 남편이 해왔고요
아파트 받으면서 뭐 더 받은 게 있는데 그걸로 아주 가끔 사고 싶은 거 있으면 제가 사고요(그걸로 수입이 엄청 많은 건 아니에요)
(이것도 호구 잡혔다고 답답해 하실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 덧붙이는데, 따로 시댁에 금전적으로 도움을 드리거나 뭘 해드리지는 않았습니다 신혼집이랑 혼수 외에 남편한테 금전적으로 해준 것도 없어요 애초에 저희 집이 부자도 아니에요)

어쨌든 지금은 남편이 돈 잘 버는 거 맞고, 남편한테 용돈 타서 쓴 거 맞고, 제가 일 그만둔 후로 제 돈 축내기 싫어서 남편 돈에 기생해서 살았으니 돈 때문에 같이 산 것도 맞긴 해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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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남편의 사회생활
남편의 사회생활도 궁금해 하시는 분이 많았는데
워낙 좁은 판이라 자세한 분야를 말씀 드리기에는 좀 그렇고요
직업 특성상 꼼꼼하고 계획적인 성향이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그래서인지 일로는 꽤나 인정받는 것 같습니다
밥은 매일 도시락이랑 커피를 싸서 다닙니다
커피 밖에서 안 사먹고 먹는 것도 다니는 식당에서만 먹는데 그마저도 자주 안 사먹어요남편의 인간 관계는.. 매우 협소합니다
결혼식도 코로나+남편의 뜻으로 가족 친지들만 불러서 조촐하게 치렀어요
저는 친구 몇 명 부르고요
제 친구들이랑은 결혼 후에 사정이 좀 있어서 8개월 정도 연락을 못 하는 바람에 인연이 끊겼어요

제가 알거나 소개 받은 남편 친구는 처음에 남편이랑 저 소개 시켜준 친구 딱 한 명인데, 그 친구랑도 잘 아는 사이는 아니래요
친구도 아니고 그냥 아는 사람이었대요
군대에서 연이 닿았고 소개 받은 이후로는 연락 안 한다네요 저랑도 대학 이후로는 연락 안 해요

직장 사람들이랑은 나름 원만하게 지내는 것 같아요
도시락도 모여서 같이 먹는다는데 진위 여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아는 성격상 같이 먹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 이외에 친구 만나러 가는 건 본 적 없습니다

군대도 많이 궁금해 하시던데
사귈 때 군대에서 선임들이 많이 괴롭혔다고 지나가듯 말 한 적 있어요
별 생각 없이 나빴네~ 하고 더 안 물어봤는데 이유는 안 들어도 알 것 같네요
더 자세한 건 안 물어봐서 모르겠습니다
멀쩡히 전역한 거 보면 군대에서는 선택적 편식 했을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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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친정
저희 친정이 많이 복잡해요
엄마가 아빠 때문에 결혼 생활이 힘드셨고
저는 아빠한테 맞지는 않았지만 많은 제약과 언어 폭력이 있었어요

엄마는 외동딸인 제가 좋은 남자에게 일찍 시집 가서 아빠로부터 탈출하기를 바라면서도, 혹시 엄마랑 똑같은 길을 걷지는 않을지 걱정하셨어요

엄마 가슴에 대못 박을까봐 행복한 척 아무 문제 없는 척 했는데 이제와서 이혼한다고 말 할 엄두가 안 나요
엄마가 저 때문에 역시 딸년은 엄마 팔자 닮는다는 소리 들을까봐 걱정돼요

아빠도 가만히 안 계실 거예요
제 남편한테 화를 내는 게 아니고 제가 이혼녀가 된 거에 화 내실 거예요
연세도 있으시지만 워낙 가부장적이고 구시대적인 그런 분이세요

친정에서 딱히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 같지는 않아요
친정이랑 저희 집이랑 거리가 좀 있는데 결혼 후에는 왕래도 잘 안 했습니다
그나마 친한 가족이라고는 엄마 뿐인데 엄마도 아빠 눈치 보느라 저랑 자주 만나고 그러지는 않아요
아빠는 여자가 시집 가면 시댁 귀신으로 죽어야 한다고 생각해서요
주변에 딱히 도움 받을 사람도 없어요..

처음 네이트판에 글 올린 것도, 메뉴 짜다가 너무 답답한데 털어놓을 사람이 없어서 하소연 하듯이 올린 거예요
댓글 보고 용기내서 편식 고치라고 한 마디 했다가 이혼까지 온 거예요
최면에서 깨어난 기분이네요

9. 앞으로는
다 적지는 않았지만 남편과 정말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
연애 할 때보다 더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남편한테 딱히 동정심이 들거나 미련이 남지는 않아요
저는 이 사람과 함께하는 동안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요

바보같겠지만 남편이 밉지도 않아요
밉다는 표현만으로는 형용이 안돼요
저희 둘 다 취약한 부분이 있었고..
저는 멍청했고 남편은 이기적이었습니다
정신병자끼리 만나서 결혼하니 이 꼴이 나네요

우선 남편은 오늘부터 집에 안 들어오겠다는데
성격상 밖에서 잘 수 있는 위인은 아니고요
들어오면 제가 나가야죠
친정에 가기는 좀 그렇고 어디든 혼자 가보려고요
마주치고 싶지도 않고 이 집에 있기도 싫어요

많은 분들이 말 해주신대로 정신과에 가보려고 합니다 살도 찌울 거예요
집안일 할 때 항상 누군가에게 감시 받는 기분이 들고 숨이 가파르게 쉬어졌는데 그게 공황장애 같아요

당장 지금은 이혼만으로도 벅차서 제 자신을 돌보고 싶지 않고 잠이 미친듯이 쏟아져서 하루종일 잠만 자요
이혼 후에 내원 하겠습니다 상담도 받겠습니다 약속 드려요

집은 제 명의라 남편이 나간다고 했는데 저도 그냥 집 팔고 새 집으로 이사 갈 거예요
이 집에서 살림한 기억이 떠올라서 못 살겠어요
숙려기간에도 서로 최대한 접촉하지 않기로 합의 했어요
제가 부탁했어요

감정이 다 닳아 없어진 것 같아요
지금 몰려오는 감정을 감당하기에는 아직 버거워요
이혼하고 제 삶 살다보면 확 밀려올 때가 있겠죠

가볍게 올린 글이었는데 덕분에 제 인생이 바뀌었네요
제가 너무 멍청하고 경솔했다는 거 잘 알겠어요
평생 두고 두고 후회하겠지만 인생 공부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는 정신 바짝 차리고 살게요
자다 깨면 댓글 읽고 다시 잠들고 일어나서 다시 읽고 하면서
달아주신 댓글 하나 하나 다 읽고 있어요
쓴 소리 해주신 분들 말씀도 뼈에 새기겠습니다

이 글은 나중에 상담 받으러 갔을 때 보여드리려고 그때까지만 남겨두겠습니다
어느 날 글이 지워지면 잘 살고 있구나, 해주세요
걱정 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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